카미야 화지 공방에서는 역사를 이어 받아 옛 방식 그대로 슈젠지 종이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슈젠지 종이의 역사는 약 1000년으로, 예로부터 장군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도 인정받아 막부의 관용지로 사용될 만큼 명성이 높은 종이였습니다. 약 150년 전 양지 기술의 도입 영향을 받아 생산이 중단되었던 역사가 있으나, 이후 지역 주민들의 열정에 힘입어 활동을 재개하였습니다. 주로 지역 초중학생의 졸업장을 제작하는 활동을 이어 왔습니다.
그 후 화지 공방 회원의 고령화로 인해 몇 년간 활동을 중단했으나, 2021년 9월에 후계자로서 마스다가 참여했습니다. 현재는 지역 주민의 협력 하에 휴경지를 활용하여 화지 원재료를 재배하고, 그 재료로 만든 화지의 제작, 제품 개발, 판매까지 일관된 과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제작하는 화지의 원재료는 닥나무와 삼지닥나무 두 가지이지만, 그중에서도 삼지닥나무를 사용한 종이는 일본 전국적으로 보아도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슈젠지 종이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삼지닥나무 종이의 특징은 부드러우면서 독특한 윤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글씨를 쓸 때 번짐이 적고, 종이에 스며들듯이 부드러운 필기감을 느낄 수 있는 점도 삼지닥나무 종이의 특징입니다.
화지 제작 공정
1. 원재료
화지는 (1) 나무, (2) 물, (3) 네리의 세 가지 원재료로 만들어집니다.
(1) 나무로는 닥나무, 삼지닥나무, 그리고 가피의 세 종류가 일반적이나, 슈젠지 종이는 오랫동안 삼지닥나무를 사용한 종이로 유명합니다.
(2) 물은 천연 용수를 사용합니다. 수돗물로는 슈젠지 종이를 만들 수 없습니다.
(3) 네리는 토로로아오이라는 식물의 뿌리에서 추출한 점액으로, 물속에서 나무 섬유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여 화지 제작에 꼭 필요한 재료입니다。
2. 수확
저희 공방에서는 오랫동안 종이 제작으로 번성해 온 “카미야” 지역을 중심으로, 이즈 시내에서 닥나무와 삼지닥나무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원료 재배 기간은 닥나무는 1년, 삼지닥나무는 약 3년이 소요됩니다. 겨울에 잎이 떨어져 휴면기에 들어간 나무를 뿌리부터 베어냅니다.
이즈의 산속에는 닥나무, 삼지닥나무, 그리고 가피라는 화지의 세 가지 주요 원료가 자생하고 있었다고 전해지며, 풍부한 천연 용수가 있었던 것이 슈젠지에서 화지가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3. 증기 껍질 벗기기
베어낸 원료를 일정한 길이로 자르고 묶어서 가마에 넣습니다. 재료의 주위를 큰 통으로 덮고 아래에서 불을 지펴 약 3시간 정도 찝니다.
찜이 끝난 원료는 가마에서 꺼내어 뜨거울 때 껍질을 벗깁니다. 속에서 하얗고 깨끗한 심이 나오지만, 화지 재료로 사용되는 것은 벗겨낸 껍질 부분입니다. 대략적으로 심은 85%, 껍질은 15% 정도로, 아주 일부만이 화지의 원료로 사용됩니다.
심은 화지에는 불필요하지만, 삼지닥나무의 경우는 꽃꽂이 재료나 홈 인테리어에 사용됩니다.
4. 검은 껍질 벗기기
찜으로 벗긴 후의 껍질은 표면이 검은 껍질로 덮여 있어 “검은 껍질”이라고 불립니다. 검은 껍질을 그대로 원료로 사용하면 종이도 검게 변하기 때문에, 검은 껍질 표면의 검은 부분을 칼 등으로 벗겨내어 “흰 껍질”로 만듭니다.
이 과정은 슈젠지 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기계화되지 않아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사용하는 도구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슈젠지에서는 껍질을 깎는 칼이나 검은 껍질을 두 개의 칼날로 잡아 당기는 도구 등이 사용됩니다.
화지 제작의 모든 과정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 중 하나입니다.
5. 흰 껍질 삶기
검은 껍질을 벗겨낸 후의 흰 껍질은 여전히 딱딱한 상태입니다. 이를 물과 함께 가마에 넣고 2~3시간 정도 삶습니다. 이때 소다회나 나무재와 같은 알칼리제를 소량 넣습니다. 이를 통해 흰 껍질의 섬유 사이에 접착제 역할을 하는 “리그닌”等 성분을 용해시킬 수 있습니다.
삶은 후 흰 껍질은 부드러워지고, 섬유 하나하나가 분리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첨가하는 약품의 양은 지역마다 다르며, 삶는 시간도 그날의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재료의 상태를 보면서 적절한 상태가 되도록 조정하여 작업을 진행합니다。
6.티 제거
검은 껍질 벗기기와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 중 하나가 “티 제거” 공정입니다.
삶아 부드러워진 흰 껍질을 물에 담가 껍질에 붙은 이물질이나 섬유 속에 있는 단단한 섬유질 등을 제거하는 작업입니다. 이 공정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수행하는지가 완성된 종이의 아름다움을 좌우합니다.
현재는 “갈색 껍질이나 단단한 이물이 섞여 있는 것이 오히려 멋스럽고 더 화지 같다”라는 가치관으로 변해 가고 있지만, 깨끗한 흰 종이를 상등품으로 여겼던 당시의 전통을 따르는 장인들은 “티 제거는 종이 뜨기의 생명”이라며, 손뜨기 화지에서는 중요한 과정으로 여깁니다.
7. 타해
티 제거를 마친 깨끗한 흰 껍질을 두드리는 공정입니다.
목적은 섬유를 풀고 솜털을 일게 하는 것입니다. 흰 껍질을 두드림으로써 섬유가 하나씩 분리되며, 섬유가 솜털처럼 일어납니다. 섬유가 분리되면 종이 표면이 매끄러워지고, 솜털처럼 일어난 섬유 덕분에 종이의 강도와 완성도가 향상됩니다.
예전에는 그림과 같이 나무 막대를 사용해 두드렸지만, 현재는 “타해기”나 “비터”라는 기계도 개발되어, 지역이나 종이 종류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사용됩니다.
8. 종이 뜨기
오랜 시간 준비한 나무 섬유를 물 속에 섞어 종이를 뜹니다. 이때 또 하나의 재료인 “네리”를 넣습니다. 이를 통해 섬유가 물 속에서 고르게 분산되고, 서서히 쌓이면서 종이가 됩니다. 섬유의 방향을 정리하기 위해 도구를 상하좌우로 흔들면서 물을 흘려가며 뜨는 방식이므로, “흐름뜨기”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일본 고유의 제조법입니다.
도구의 움직임은 지역, 장인, 만드는 종이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눈으로 판단하여 고른 한 장의 종이를 뜨고, 그것을 여러 장에 걸쳐 이어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9. 압착
종이를 뜬 후의 종이는 당연히 물에 젖어 있습니다. 이를 판 등에 끼워 눌러서 탈수를 진행합니다. 단순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위에 놓는 추의 배치, 압력 조절, 걸리는 시간 등 중요한 포인트가 많고, 한 번의 실수가 지금까지의 과정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작업입니다.
과거에는 그림과 같이 지렛대 원리를 이용한 저울식 압착이 주류였으나, 현재는 잭을 사용한 압착이나 다이얼식 프레스기, 일부 지역에서는 디지털 제어된 자동 프레스기를 도입한 곳도 있습니다.
10. 건조
압착하여 물기를 제거한 종이를 판에 붙여서 건조합니다. 판에 붙일 때는 붓 등을 사용하여 주름이나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입니다. 특히 큰 종이의 경우 난이도가 매우 높아 숙련된 기술이 필요합니다.
건조 방법도 지역에 따라 다양합니다. 건조판으로는 은행나무, 마로니에 등의 천연 목재가 사용되기도 하며, 현재는 열을 가해 강제적으로 건조하는 철판 건조도 일반적입니다. 또한 판 건조 시, 햇볕에 말리는 경우도 있지만, 전용 건조 창고를 갖춘 지역도 있어 그 지역과 기후에 맞는 방식이 계승되고 있습니다.